바이올리니스트
글 · 인터뷰 newlooks
사진 제공 HMS프로덕션, JANG BONG YOUNG, Jino Park, Jiyoung Ha, SHIM KYUTAI
세계 무대 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거창한 꿈 대신 매 순간에 충실하겠다는 그녀의 태도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소리가 주인을 닮아가는 걸까? 그녀의 연주는 섬세한 선율 속에 단단한 힘이 깃들어 있다. 마치 감독이 직접 연기도 하며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잡아내는 영화처럼, 김다미의 음악은 치열함과 여유가 절묘하게 느껴진다. 항상 끈기 있게 굴러가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를 만나봤다.
바 이 올 리 니 스 트
글 · 인터뷰 newlooks
사진 제공 HMS프로덕션, JANG BONG YOUNG, Jino Park, Jiyoung Ha, SHIM KYUTAI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케스트라 협연, 실내악, 독주회 등 국내외 많은 공연으로 사랑받고 계신데요, <누룩> 독자분들께 인사와 함께 근황을 소개해 주세요.
클래식 음악의 모든 작곡가가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 오늘날까지 그들의 작품이 사랑받고 연주된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의 세계를 솔직하게 음악으로 풀어나간 작곡가는 로베르트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감정의 이중성이 매우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이를 저만의 해석과 연주로 아름답고도 처절하게 풀어나갈 때 희열감을 크게 느낍니다. 학창 시절에는 독일 계통의 작곡가와 작품을 많이 연구했었는데, 요즘은 프랑스 작품의 섬세한 미학과 새로운 매력을 알아가며 해석과 연구에 많이 빠져있습니다.
2020년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되어 현재까지 근무 중이신데요.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이러한 선택을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어떤 확고한 계기가 있어서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뉴욕주립대에서 박사학위(Doctorate of Musical Arts)를 수료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던 시점에 서울대 임용 공고를 보았고, 최종 학력 자격요건에 맞아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감사하게도 임용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저 주어진 기회를 성실히 따라가게 된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묵혀두었던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박사과정을 최근 졸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2019년 5월에 박사 과정을 수료했지만, 2020년 초부터 서울대에서 강의와 업무를 시작하면서 졸업까지 시간이 꽤 지체되었습니다. 졸업을 준비하며 몇 시간에 걸친 질의응답 시험, 졸업 연주, 페이퍼 작성 등으로 정말 많은 과제를 수행해야 했는데, 동시에 다양한 연주 활동과 학교에서의 근무를 병행해서 일정이 매우 벅찼습니다. 시험을 준비할 당시에는 몇 개월 동안 하루 수면 시간이 5시간 이상인 날이 없었고, 평일엔 한국에 있다가 주말 동안 잠시 미국에 건너가 졸업 연주를 해야 할 정도로 타이트한 일정이 계속되었죠. 그럼에도 이를 모두 해낸 지금은 정말 후련하며, 무엇보다 과거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결실을 본 것이 뿌듯합니다.
이미 교수직에 임하고 계심에도, 시간과 힘을 들여 박사과정을 졸업하신 데에는 어떤 동기가 있었나요?
모든 학교의 박사학위 취득 과정이 그렇듯, 졸업 이전에 수료 과정부터 수월하지만은 않았습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지속적인 연주 활동을 병행하며 많은 수업을 듣고 과제, 논문, 그리고 학위 리사이틀과 렉처 리사이틀 등을 완수하기 위해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웠습니다. 만약 ‘졸업을 포기하게 된다면 이렇게 고생했던 시간이 아까울 것 같다’면서 졸업을 응원해 주신 저의 아버지가 확실한 기폭제가 되기도 했는데, 제가 생각해도 조금만 더 고생하면 졸업인데 몇 년 동안 연주와 강의를 핑계로 미루고 있던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작년에 큰마음을 먹고 시작하였고,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자로서 학생들이 대학 시절 꼭 했으면 하는 것이 있을까요?
저는 학생들에게 끈기 있게 굴러가는 수레바퀴처럼 계속 정진하는 자세를 갖는 것을 강조합니다. 충분히 즐겨야 하는 대학생의 나이에 성실함을 요구한다는 게 조금은 엄격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저의 경험으로는 대학생 이후부터 음악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힘든 입시를 거쳐 대학교에 입학했겠지만, 학생들에게 너무 오래 멈춰있지는 말라고 얘기해 줍니다. 다만, 연습의 과정이 노동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에, 테크닉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연구해야 할지 매일 학생들과 함께 고민합니다.
‘교수’와 ‘연주자’라는 직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는데요,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는지 궁금합니다.
확실히 학교에 근무하기 전에 오롯이 연주자로만 활동했을 때는 모든 순간 저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연습을 하다가 조금 안 풀리는 날에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카페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일상이 있었죠. 하지만 요즘은 학교에서 강의 또는 심사, 회의에 할애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여유로운 일상을 포기한 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 학생들을 포기할 수 없고, 저의 연습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 큰 불만은 없습니다. 소소하고 여유로운 일상이 주는 행복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두 직업을 만족스럽게 병행하며 얻는 성취감과 행복도 충분히 느끼고 있습니다.
미국의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재학 시절 스승이신 미리엄 프리드(Miriam Fried, 1946~) 선생을 가장 존경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가르침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여러 가르침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제가 음악을 더욱 즐길 수 있는 음악인으로 성장하도록 지도하신 점입니다. 이는 제가 현재 학생들에게도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20대는 콩쿠르, 오디션, 입시 등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무대가 많아 음정과 테크닉 연습에만 치우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무대에서 실수가 발생했을 때 좌절하지 않으려면 음악적 연구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리엄 프리드 선생님께서는 화성 진행, 협업 악기 등 음악 해석 능력을 키우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연구하는 자세를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선생님은 사람들과의 소통과 책임감도 중요하게 여기셨습니다.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와 협업 시 미리 곡과 일정을 전달하거나, 동료들에게 빠른 답장과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죠. 이 가르침은 제가 학생들에게도 전하고 있는 철학입니다.
기억에 남는 무대를 꼽아주신다면요?
최근에 참여했던 독일 크론베르크의 실내악 축제 ‘Chamber Music Connects the World’에서 연주했던 무대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4일간의 전체 일정 중 이틀은 리허설, 나머지 이틀 동안 3번의 무대에 올랐는데요.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압박감도 있었지만, 유명하고 실력 좋은 젊은 연주자들이 세계 각국에서 모여 함께 실내악을 연주하며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아서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자유롭고 강한 개성을 띠면서도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협업하는 과정도 즐거웠고, 열띤 토론 현장도 에너지가 넘쳐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지언정 정신적으로 많이 충전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교수 임용 후에도 SNS에 자기 계발 영상을 꾸준히 게시하고 있으신데요. 연습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된 계기와 계속해 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교수에 임용된 직후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예정되었던 연주가 대부분 취소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잠시 잃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하고, 이를 준비하는 과정이 저에게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저의 학생들로부터 큰 에너지를 얻고 있는데요. 매주 20대 청년들의 열정과 희망이 깃든 연주를 들을 때마다 신선한 자극과 에너지를 받으면서 제가 음악에 더욱 정진할 수 있게 됩니다. 성실함과 열정을 보여주는 학생들 덕분에 저도 초심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음을 느끼며 그들에게 정말 많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스프링실내악축제에 참여하셨고, 하반기에는 서울국제음악제에서 멋진 무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페스티벌 무대는 또 다른 분위기와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실내악은 ‘음악 속의 대화’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연주자들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호흡, 그리고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지는 음악적 협업이 핵심인 장르죠. 매우 감사하게도 저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2015년부터 10년째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축제를 통해 훌륭한 음악가들과 생각을 나누고, 매년 다양한 협업을 통해 음악적 깊이를 쌓을 수 있어 연주자로서 저에게 큰 도움을 주는 특별한 자리입니다.
다가올 6월 26일, 수성아트피아에서 『마티네콘서트<바이올린 김다미>』 공연을 앞두고 있으십니다. 외젠 이자이와 에르네스트 쇼송의 작품을 준비해 주셨는데,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 공연은 이자이와 쇼송의 우정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중심 곡은 이자이의 ‘슬픈 시곡(Poème élégiaque)’과 쇼송의 ‘시곡(Poème)’으로, 쇼숑은 이자이의 ‘슬픈 시곡’에 영감을 받아 ‘시곡’을 작곡했고, 이자이 역시 쇼송의 ‘시곡’을 자주 연주했던 점에 착안해 두 작곡가를 연결했습니다. ‘슬픈 시곡’과 ‘시곡’은 어두운 분위기와 구조적 공통점을 가지지만, 뚜렷한 차이도 있습니다. 이자이의 곡은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즉흥성과 원색적인 표현이 두드러지고, 쇼송의 곡은 작곡가적 접근으로 치밀한 설계와 긴 호흡의 서사를 특징으로 합니다. 이 두 작품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것이 이번 공연의 핵심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나 꿈은 무엇인가요?
거대한 꿈보다는 항상 그래왔듯이 현재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좋은 퀄리티의 연주를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됩니다. 학생들에게도 보다 더 충실한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케스트라 협연, 실내악, 독주회 등 국내외 많은 공연으로 사랑받고 계신데요, <누룩> 독자분들께 인사와 함께 근황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입니다. <누룩> 인터뷰는 처음이라 설레고, 또 이렇게 참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2025년 상반기에 걸쳐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진행했으며, 4월과 5월에는 서울 스프링실내악축제와 독일 크론베르크에서 열린 ‘Chamber Music Connects the World’ 페스티벌에서 실내악 공연을 가졌습니다. 또한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연주와 마스터클래스를 병행하면서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서울대학교 음대에서 수업도 진행하고 있어 음악 활동과 교육자로서의 일상을 조율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자신만의 작곡 세계가 명확한 작곡가의 곡을 좋아한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작곡가와 작품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요.
클래식 음악의 모든 작곡가가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 오늘날까지 그들의 작품이 사랑받고 연주된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의 세계를 솔직하게 음악으로 풀어나간 작곡가는 로베르트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감정의 이중성이 매우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이를 저만의 해석과 연주로 아름답고도 처절하게 풀어나갈 때 희열감을 크게 느낍니다. 학창 시절에는 독일 계통의 작곡가와 작품을 많이 연구했었는데, 요즘은 프랑스 작품의 섬세한 미학과 새로운 매력을 알아가며 해석과 연구에 많이 빠져있습니다.
2020년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되어 현재까지 근무 중이신데요.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이러한 선택을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어떤 확고한 계기가 있어서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뉴욕주립대에서 박사학위(Doctorate of Musical Arts)를 수료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던 시점에 서울대 임용 공고를 보았고, 최종 학력 자격요건에 맞아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감사하게도 임용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저 주어진 기회를 성실히 따라가게 된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묵혀두었던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박사과정을 최근 졸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2019년 5월에 박사 과정을 수료했지만, 2020년 초부터 서울대에서 강의와 업무를 시작하면서 졸업까지 시간이 꽤 지체되었습니다. 졸업을 준비하며 몇 시간에 걸친 질의응답 시험, 졸업 연주, 페이퍼 작성 등으로 정말 많은 과제를 수행해야 했는데, 동시에 다양한 연주 활동과 학교에서의 근무를 병행해서 일정이 매우 벅찼습니다. 시험을 준비할 당시에는 몇 개월 동안 하루 수면 시간이 5시간 이상인 날이 없었고, 평일엔 한국에 있다가 주말 동안 잠시 미국에 건너가 졸업 연주를 해야 할 정도로 타이트한 일정이 계속되었죠. 그럼에도 이를 모두 해낸 지금은 정말 후련하며, 무엇보다 과거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결실을 본 것이 뿌듯합니다.
이미 교수직에 임하고 계심에도, 시간과 힘을 들여 박사과정을 졸업하신 데에는 어떤 동기가 있었나요?
모든 학교의 박사학위 취득 과정이 그렇듯, 졸업 이전에 수료 과정부터 수월하지만은 않았습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지속적인 연주 활동을 병행하며 많은 수업을 듣고 과제, 논문, 그리고 학위 리사이틀과 렉처 리사이틀 등을 완수하기 위해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웠습니다. 만약 ‘졸업을 포기하게 된다면 이렇게 고생했던 시간이 아까울 것 같다’면서 졸업을 응원해 주신 저의 아버지가 확실한 기폭제가 되기도 했는데, 제가 생각해도 조금만 더 고생하면 졸업인데 몇 년 동안 연주와 강의를 핑계로 미루고 있던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작년에 큰마음을 먹고 시작하였고,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자로서 학생들이 대학 시절 꼭 했으면 하는 것이 있을까요?
저는 학생들에게 끈기 있게 굴러가는 수레바퀴처럼 계속 정진하는 자세를 갖는 것을 강조합니다. 충분히 즐겨야 하는 대학생의 나이에 성실함을 요구한다는 게 조금은 엄격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저의 경험으로는 대학생 이후부터 음악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힘든 입시를 거쳐 대학교에 입학했겠지만, 학생들에게 너무 오래 멈춰있지는 말라고 얘기해 줍니다. 다만, 연습의 과정이 노동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에, 테크닉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연구해야 할지 매일 학생들과 함께 고민합니다.
‘교수’와 ‘연주자’라는 직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는데요,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는지 궁금합니다.
확실히 학교에 근무하기 전에 오롯이 연주자로만 활동했을 때는 모든 순간 저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연습을 하다가 조금 안 풀리는 날에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카페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일상이 있었죠. 하지만 요즘은 학교에서 강의 또는 심사, 회의에 할애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여유로운 일상을 포기한 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 학생들을 포기할 수 없고, 저의 연습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 큰 불만은 없습니다. 소소하고 여유로운 일상이 주는 행복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두 직업을 만족스럽게 병행하며 얻는 성취감과 행복도 충분히 느끼고 있습니다.
미국의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재학 시절 스승이신 미리엄 프리드(Miriam Fried, 1946~) 선생을 가장 존경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가르침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여러 가르침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제가 음악을 더욱 즐길 수 있는 음악인으로 성장하도록 지도하신 점입니다. 이는 제가 현재 학생들에게도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20대는 콩쿠르, 오디션, 입시 등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무대가 많아 음정과 테크닉 연습에만 치우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무대에서 실수가 발생했을 때 좌절하지 않으려면 음악적 연구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리엄 프리드 선생님께서는 화성 진행, 협업 악기 등 음악 해석 능력을 키우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연구하는 자세를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선생님은 사람들과의 소통과 책임감도 중요하게 여기셨습니다.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와 협업 시 미리 곡과 일정을 전달하거나, 동료들에게 빠른 답장과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죠. 이 가르침은 제가 학생들에게도 전하고 있는 철학입니다.
기억에 남는 무대를 꼽아주신다면요?
최근에 참여했던 독일 크론베르크의 실내악 축제 ‘Chamber Music Connects the World’에서 연주했던 무대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4일간의 전체 일정 중 이틀은 리허설, 나머지 이틀 동안 3번의 무대에 올랐는데요.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압박감도 있었지만, 유명하고 실력 좋은 젊은 연주자들이 세계 각국에서 모여 함께 실내악을 연주하며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아서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자유롭고 강한 개성을 띠면서도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협업하는 과정도 즐거웠고, 열띤 토론 현장도 에너지가 넘쳐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지언정 정신적으로 많이 충전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교수 임용 후에도 SNS에 자기 계발 영상을 꾸준히 게시하고 있으신데요. 연습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된 계기와 계속해 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교수에 임용된 직후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예정되었던 연주가 대부분 취소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잠시 잃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하고, 이를 준비하는 과정이 저에게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저의 학생들로부터 큰 에너지를 얻고 있는데요. 매주 20대 청년들의 열정과 희망이 깃든 연주를 들을 때마다 신선한 자극과 에너지를 받으면서 제가 음악에 더욱 정진할 수 있게 됩니다. 성실함과 열정을 보여주는 학생들 덕분에 저도 초심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음을 느끼며 그들에게 정말 많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스프링실내악축제에 참여하셨고, 하반기에는 서울국제음악제에서 멋진 무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페스티벌 무대는 또 다른 분위기와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실내악은 ‘음악 속의 대화’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연주자들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호흡, 그리고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지는 음악적 협업이 핵심인 장르죠. 매우 감사하게도 저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2015년부터 10년째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축제를 통해 훌륭한 음악가들과 생각을 나누고, 매년 다양한 협업을 통해 음악적 깊이를 쌓을 수 있어 연주자로서 저에게 큰 도움을 주는 특별한 자리입니다.
다가올 6월 26일, 수성아트피아에서 『마티네콘서트<바이올린 김다미>』 공연을 앞두고 있으십니다. 외젠 이자이와 에르네스트 쇼송의 작품을 준비해 주셨는데,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 공연은 이자이와 쇼송의 우정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중심 곡은 이자이의 ‘슬픈 시곡(Poème élégiaque)’과 쇼송의 ‘시곡(Poème)’으로, 쇼숑은 이자이의 ‘슬픈 시곡’에 영감을 받아 ‘시곡’을 작곡했고, 이자이 역시 쇼송의 ‘시곡’을 자주 연주했던 점에 착안해 두 작곡가를 연결했습니다. ‘슬픈 시곡’과 ‘시곡’은 어두운 분위기와 구조적 공통점을 가지지만, 뚜렷한 차이도 있습니다. 이자이의 곡은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즉흥성과 원색적인 표현이 두드러지고, 쇼송의 곡은 작곡가적 접근으로 치밀한 설계와 긴 호흡의 서사를 특징으로 합니다. 이 두 작품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것이 이번 공연의 핵심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나 꿈은 무엇인가요?
거대한 꿈보다는 항상 그래왔듯이 현재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좋은 퀄리티의 연주를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됩니다. 학생들에게도 보다 더 충실한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