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클래식을 ‘옛날 음악’이라 말하지만, 오늘날 클래식은 과거보다 훨씬 더 자주, 더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굳이 음대에 가지 않아도 쇼팽을 듣고, 콘서트홀에 가본 적 없어도 바흐의 선율에 위로를 받는다.
MZ세대에게 클래식은 정숙한 청중과 연미복을 떠올리게 하는 과거의 음악이 아니다.
하루를 정리할 때, 집중할 때, 혹은 배경음악으로 무심히 흘려보내고 싶은 순간에 함께하는 ‘지금의 음악’이다.
유튜브에서 ‘클래식 집중음악’을 검색하면 수백만 뷰를 기록한 영상들이 즐비하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K-pop, 게임·애니메이션 OST의 클래식 커버 영상은 이미 일상 콘텐츠가 되었고,
고전으로 여겨지던 음악이 이토록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클래식을 ‘옛날 음악’이라 말하지만, 오늘날 클래식은 과거보다 훨씬 더 자주, 더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굳이 음대에 가지 않아도 쇼팽을 듣고, 콘서트홀에 가본 적 없어도 바흐의 선율에 위로를 받는다. MZ세대에게 클래식은 정숙한 청중과 연미복을 떠올리게 하는 과거의 음악이 아니다. 하루를 정리할 때, 집중할 때, 혹은 배경음악으로 무심히 흘려보내고 싶은 순간에 함께하는 ‘지금의 음악’이다.
유튜브에서 ‘클래식 집중음악’을 검색하면 수백만 뷰를 기록한 영상들이 즐비하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K-pop, 게임·애니메이션 OST의 클래식 커버 영상은 이미 일상 콘텐츠가 되었고, 고전으로 여겨지던 음악이 이토록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디지털 시대, 클래식이 살아남는 법
클래식의 부활은 디지털의 힘으로 가능해졌다. 과거처럼 CD를 사지 않아도, 원하는 클래식 곡을 스트리밍으로 즉시 찾을 수 있다. 유튜브·멜론·스포티파이 등은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선호할 만한 클래식 곡을 자동 추천해 준다. 이로 인해 클래식은 ‘자신이 의식적으로 선택하지 않아도 접하게 되는 음악’이 되었다. 게다가 이제는 AI가 작곡하거나 복원한 클래식까지 등장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클래식 역사엔 미완의 음악들이 많은데, 이는 걸작이긴 해도 작곡가의 손길이 마지막까지 닿지는 못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이 이야기들을 다시 쓰고 있다. 지난 2월, 대만의 푸위 심포니오케스트라는 AI가 작곡한 클래식 음악으로 구성된 음악회를 개최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AI가 완성한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3, 4악장과 베토벤의 교향곡 10번은, 역사 속에서 멈춰버린 두 위대한 음악가의 창작을 되살리는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베토벤 10번 교향곡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발터 베르초바를 비롯한 음악학자·AI 전문가들이 참여해 베토벤의 스케치, 작곡 패턴, 화성 구조를 학습시킨 AI가 3악장 스케르초와 4악장 론도를 완성했다. 슈베르트의 경우, 미국 작곡가 루카스 켄터가 중국 화웨이의 의뢰로 AI 시스템을 활용해 교향곡 8번의 남은 악장을 재현했다.
이 공연의 청중은 ‘만약 그가 더 살았다면 이런 음악을 썼을까?’하는 상상을 현실에서 들을 수 있었다. 베토벤의 묵직하고 장엄한 스케르초, 모차르트의 감미롭고 경쾌한 네 손 협주곡, 드보르작의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AI 창작곡 등은, 인공지능이 작곡가이자 협연자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시 ‘힙’해진 클래식
요즘의 클래식은 더 이상 고상하거나 엄격하지 않다. 유튜브에서 ‘클래식 힐링음악’ ‘공부 집중 음악’ 등을 검색하면 바흐, 모차르트, 쇼팽이 로파이(Lo-fi, Low-fidelity) 스타일로 편곡되어 흘러나온다. 로파이 음악은 음질이 낮고 잡음이 있는 것을 이르는데, 현대에는 일부러 그 낡은 느낌을 내며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이는 카페, 서점, 스터디카페에서 자연스럽게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브이로그·영화·광고 음악에도 활발히 활용된다.
이런 흐름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연주 무대에서도 드러난다. 많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전통적인 오케스트라 홀에서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예능 방송 등 더욱 대중 친화적으로 다가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정통 클래식 연주자지만 동시에 ‘스타’로 소비된다. 또한 클래식과 힙합, 재즈, K팝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장르도 젊은 세대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바흐의 선율 위에 힙합 리듬을 얹는 시도나, 브루노 마스의 곡을 스트링 사중주로 재해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오케스트라 홀에서 열린 지브리 음악 공연은 애니메이션 OST를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연주하며 고전적인 그룹에서도 대중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다. 고전의 무게를 벗고, 감성으로 들어오는 클래식. MZ세대는 클래식을 지난 음악이 아닌, 지금 듣고 싶은 음악으로 다시 받아들이고 있다.
클래식을 경험하다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경험 중심 소비’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연주자가 아니더라도, 클래식을 직접 연주하고 만들고 공유한다. 영상 플랫폼에는 ‘클래식 곡 커버’ 영상이나 ‘피아노 1달 독학기’, ‘클래식 커버 챌린지’ 같은 영상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디지털 피아노나 앱을 활용한 연주 경험이 새로운 클래식 입문 통로가 되고 있다. 예컨대 ‘Simply Piano’, ‘Perfect Piano’와 같은 앱은 스마트폰 하나로 쇼팽과 모차르트를 직접 연주해 보게 만든다. 클래식은 이제 ‘배우는 음악’이 아니라 ‘즐기는 음악’으로 바뀌어 팬덤 문화도 형성되었다. 임윤찬, 조성진 콘서트 티켓팅이 BTS 못지않은 경쟁률을 자랑하며, 팬들은 연주 일정과 곡 해석까지 파고드는 적극적 소비자가 되었다.
클래식은 더 이상 박제된 예술이 아니다. 클래식 콘서트장을 찾는 젊은 층은 드레스 코드보다 ‘무드’에 더 집중하고, 음악과 전시, 영상이 결합된 복합문화 공연을 선호한다. 소셜미디어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연 후기와 감상을 공유하는 문화는, ‘음악을 들었다’는 기록에서 ‘나만의 서사를 가진 경험’을 소비한다는 의미로 확장됐다. 클래식 공연 보러 간 날의 OOTD(Outfit Of The Day, 오늘의 옷차림)부터 ‘브람스 듣고 눈물 찔끔’ 같은 감성 포스팅까지, 클래식은 디지털 세대의 감정과 무드에 맞닿아 있다.
짧고 재미있게, 숏폼 시대의 클래식
모차르트가 인기 클래식 유튜브 채널에서 15초짜리 쇼츠 영상으로 소비되는 시대다. 스마트폰 화면 속 짧고 강렬한 ‘클립’은 이제 클래식의 새로운 무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길고 어려운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대신, 인상적인 부분만을 빠르게 소비하고 공유한다. 예를 들어,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3악장’과 같은 곡들은 쇼츠, 릴스에서 수십만 회 이상 재생되며 숏폼 전용 사운드처럼 쓰인다. 전통적인 감상법과는 대조적인 방식이지만, 오히려 이 방식이 클래식에 대한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틱톡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측된다. 틱톡에서 많이 사용된 클래식 곡 중 하나가 드뷔시의 ‘달빛’인데, 짧고 몽환적인 피아노 선율이 영상 편집에 최적화되어 ‘무드 음악’으로 활용되며 인기 영상의 배경이 된 것이다. 이처럼 플랫폼이 달라지면 음악의 쓰임도 달라진다. 고전적인 감상의 개념에서 벗어난 이 새로운 소비는, 클래식을 하나의 ‘소재’로 바꾸어놓고 있다. 짧고, 명확하며, 감정을 즉각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클래식의 특정 부분만을 부각시키고, 그 덕분에 잊히었던 악장이 조명을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음악 학원이나 부모님의 추천, 혹은 교양 수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의 10대와 20대는 짧은 숏폼 영상으로 처음 클래식을 접한다. 이들은 클래식을 ‘공부하는 음악’이 아닌, ‘사용하는 음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상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혹은 공부용 배경음으로 쓰기 위해 특정 클래식 트랙을 찾으며, 클래식 곡 도입부를 듣고 제목을 맞히는 퀴즈 영상, 클래식 스타일로 팝송을 연주하는 콘텐츠 등은 놀이와 학습을 결합한 형태로 인기를 끌고 있다. 클래식이 더 이상 권위적인 대상이 아닌, 함께 놀고 즐기는 콘텐츠가 된 것이다. 이런 방식이 클래식을 ‘품위’를 격하시키는 걸까?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클래식은 다시 재발견되고 있다. “이 배경음은 무슨 음악인가요?”라는 댓글 속 질문은,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다시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지금의 세대는 클래식과 ‘처음 만나는 경험’을 하고 있고, 이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디지털 시대, 클래식이 살아남는 법
클래식의 부활은 디지털의 힘으로 가능해졌다. 과거처럼 CD를 사지 않아도, 원하는 클래식 곡을 스트리밍으로 즉시 찾을 수 있다. 유튜브·멜론·스포티파이 등은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선호할 만한 클래식 곡을 자동 추천해 준다. 이로 인해 클래식은 ‘자신이 의식적으로 선택하지 않아도 접하게 되는 음악’이 되었다. 게다가 이제는 AI가 작곡하거나 복원한 클래식까지 등장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클래식 역사엔 미완의 음악들이 많은데, 이는 걸작이긴 해도 작곡가의 손길이 마지막까지 닿지는 못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이 이야기들을 다시 쓰고 있다. 지난 2월, 대만의 푸위 심포니오케스트라는 AI가 작곡한 클래식 음악으로 구성된 음악회를 개최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AI가 완성한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3, 4악장과 베토벤의 교향곡 10번은, 역사 속에서 멈춰버린 두 위대한 음악가의 창작을 되살리는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베토벤 10번 교향곡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발터 베르초바를 비롯한 음악학자·AI 전문가들이 참여해 베토벤의 스케치, 작곡 패턴, 화성 구조를 학습시킨 AI가 3악장 스케르초와 4악장 론도를 완성했다. 슈베르트의 경우, 미국 작곡가 루카스 켄터가 중국 화웨이의 의뢰로 AI 시스템을 활용해 교향곡 8번의 남은 악장을 재현했다. 이 공연의 청중은 ‘만약 그가 더 살았다면 이런 음악을 썼을까?’하는 상상을 현실에서 들을 수 있었다. 베토벤의 묵직하고 장엄한 스케르초, 모차르트의 감미롭고 경쾌한 네 손 협주곡, 드보르작의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AI 창작곡 등은, 인공지능이 작곡가이자 협연자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무대 밖의 무대
이제 클래식은 예술의전당이나 콘서트홀에만 머물지 않는다. 드라마 BGM, 예능 오프닝, 게임 배경음악, 광고음악, 유튜브 콘텐츠 등 그들의 일상 콘텐츠 어디에나 클래식이 스며들어 있다. 클래식은 더 이상 정장을 입고 공연장에 들어가야만 접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라 서울숲의 야외무대, 홍대 거리, 성수동 카페 등 일상적이고 자유로운 공간에 늘 존재한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귀에 익은 클래식 선율은 일상의 사운드트랙이 되었다. 예를 들어, 아리아나 그란데, 마룬파이브, 테일러 스위프트처럼 유명한 팝 가수들의 곡들이 바이올린과 첼로로 연주되자,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던 청중도 자연스럽게 클래식의 매력을 경험했다. 또한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들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을 통해 공연 실황을 스트리밍하며 ‘언제 어디서든’ 고품질의 클래식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게임에서도 클래식의 존재감이 드러난다. <파이널 판타지>, <젤다의 전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같은 게임들은 서사와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전적인 오케스트라 편곡을 도입했고, 이러한 음악은 게이머들에게 ‘웅장함’과 ‘몰입’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문명> 시리즈는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배경음악도 바로크에서 낭만주의, 현대 음악으로 진화하는 음악적 구성을 보여줬다. 클래식은 게임 속에서 하나의 ‘스토리텔링 도구’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클래식이 감상용 음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들고 감정선을 이끌어내는 장치임을 명확히 보여줬다.
클래식이 힙해진 건 음악 자체의 변화 때문이 아니다. 기술이 클래식의 진입 장벽을 낮추었고, 콘텐츠가 클래식을 일상 속으로 편입시켰으며, MZ세대는 클래식을 ‘개인의 취향’으로 다시 받아들였다. 클래식은 과거로부터 왔지만, 지금 이 시대의 감각 속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클래식은 이제 예술의 전당이나 클래식 방송에만 있는 음악이 아니다. 이어폰 속 감성 사운드트랙, 혹은 AI와 함께 작곡한 21세기형 교향곡으로, 오늘도 우리의 감정과 시간을 채우고 있다. 젊은 세대는 클래식에서 고급스러움이나 전통성만을 찾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정제하고,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거리를 두게 하는 내면의 치유제로 활용한다.
‘고전’은 힙하지 않다는 말은 이제 옛말. 클래식은 지금, 다시 힙하다.
참고 Radio Taiwan Intl (푸위심포니오케스트라, AI가 완성한 베토벤·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연주, 2025.02.20.)
다시 ‘힙’해진 클래식
요즘의 클래식은 더 이상 고상하거나 엄격하지 않다. 유튜브에서 ‘클래식 힐링음악’ ‘공부 집중 음악’ 등을 검색하면 바흐, 모차르트, 쇼팽이 로파이(Lo-fi, Low-fidelity) 스타일로 편곡되어 흘러나온다. 로파이 음악은 음질이 낮고 잡음이 있는 것을 이르는데, 현대에는 일부러 그 낡은 느낌을 내며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이는 카페, 서점, 스터디카페에서 자연스럽게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브이로그·영화·광고 음악에도 활발히 활용된다.
이런 흐름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연주 무대에서도 드러난다. 많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전통적인 오케스트라 홀에서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예능 방송 등 더욱 대중 친화적으로 다가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정통 클래식 연주자지만 동시에 ‘스타’로 소비된다. 또한 클래식과 힙합, 재즈, K팝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장르도 젊은 세대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바흐의 선율 위에 힙합 리듬을 얹는 시도나, 브루노 마스의 곡을 스트링 사중주로 재해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오케스트라 홀에서 열린 지브리 음악 공연은 애니메이션 OST를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연주하며 고전적인 그룹에서도 대중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다. 고전의 무게를 벗고, 감성으로 들어오는 클래식. MZ세대는 클래식을 지난 음악이 아닌, 지금 듣고 싶은 음악으로 다시 받아들이고 있다.
클래식을 경험하다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경험 중심 소비’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연주자가 아니더라도, 클래식을 직접 연주하고 만들고 공유한다. 영상 플랫폼에는 ‘클래식 곡 커버’ 영상이나 ‘피아노 1달 독학기’, ‘클래식 커버 챌린지’ 같은 영상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디지털 피아노나 앱을 활용한 연주 경험이 새로운 클래식 입문 통로가 되고 있다. 예컨대 ‘Simply Piano’, ‘Perfect Piano’와 같은 앱은 스마트폰 하나로 쇼팽과 모차르트를 직접 연주해 보게 만든다. 클래식은 이제 ‘배우는 음악’이 아니라 ‘즐기는 음악’으로 바뀌어 팬덤 문화도 형성되었다. 임윤찬, 조성진 콘서트 티켓팅이 BTS 못지않은 경쟁률을 자랑하며, 팬들은 연주 일정과 곡 해석까지 파고드는 적극적 소비자가 되었다.
클래식은 더 이상 박제된 예술이 아니다. 클래식 콘서트장을 찾는 젊은 층은 드레스 코드보다 ‘무드’에 더 집중하고, 음악과 전시, 영상이 결합된 복합문화 공연을 선호한다. 소셜미디어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연 후기와 감상을 공유하는 문화는, ‘음악을 들었다’는 기록에서 ‘나만의 서사를 가진 경험’을 소비한다는 의미로 확장됐다. 클래식 공연 보러 간 날의 OOTD(Outfit Of The Day, 오늘의 옷차림)부터 ‘브람스 듣고 눈물 찔끔’ 같은 감성 포스팅까지, 클래식은 디지털 세대의 감정과 무드에 맞닿아 있다.
짧고 재미있게, 숏폼 시대의 클래식
모차르트가 인기 클래식 유튜브 채널에서 15초짜리 쇼츠 영상으로 소비되는 시대다. 스마트폰 화면 속 짧고 강렬한 ‘클립’은 이제 클래식의 새로운 무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길고 어려운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대신, 인상적인 부분만을 빠르게 소비하고 공유한다. 예를 들어,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3악장’과 같은 곡들은 쇼츠, 릴스에서 수십만 회 이상 재생되며 숏폼 전용 사운드처럼 쓰인다. 전통적인 감상법과는 대조적인 방식이지만, 오히려 이 방식이 클래식에 대한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틱톡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측된다. 틱톡에서 많이 사용된 클래식 곡 중 하나가 드뷔시의 ‘달빛’인데, 짧고 몽환적인 피아노 선율이 영상 편집에 최적화되어 ‘무드 음악’으로 활용되며 인기 영상의 배경이 된 것이다. 이처럼 플랫폼이 달라지면 음악의 쓰임도 달라진다. 고전적인 감상의 개념에서 벗어난 이 새로운 소비는, 클래식을 하나의 ‘소재’로 바꾸어놓고 있다. 짧고, 명확하며, 감정을 즉각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클래식의 특정 부분만을 부각시키고, 그 덕분에 잊히었던 악장이 조명을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음악 학원이나 부모님의 추천, 혹은 교양 수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의 10대와 20대는 짧은 숏폼 영상으로 처음 클래식을 접한다. 이들은 클래식을 ‘공부하는 음악’이 아닌, ‘사용하는 음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상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혹은 공부용 배경음으로 쓰기 위해 특정 클래식 트랙을 찾으며, 클래식 곡 도입부를 듣고 제목을 맞히는 퀴즈 영상, 클래식 스타일로 팝송을 연주하는 콘텐츠 등은 놀이와 학습을 결합한 형태로 인기를 끌고 있다. 클래식이 더 이상 권위적인 대상이 아닌, 함께 놀고 즐기는 콘텐츠가 된 것이다. 이런 방식이 클래식을 ‘품위’를 격하시키는 걸까?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클래식은 다시 재발견되고 있다. “이 배경음은 무슨 음악인가요?”라는 댓글 속 질문은,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다시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지금의 세대는 클래식과 ‘처음 만나는 경험’을 하고 있고, 이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무대 밖의 무대
이제 클래식은 예술의전당이나 콘서트홀에만 머물지 않는다. 드라마 BGM, 예능 오프닝, 게임 배경음악, 광고음악, 유튜브 콘텐츠 등 그들의 일상 콘텐츠 어디에나 클래식이 스며들어 있다. 클래식은 더 이상 정장을 입고 공연장에 들어가야만 접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라 서울숲의 야외무대, 홍대 거리, 성수동 카페 등 일상적이고 자유로운 공간에 늘 존재한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귀에 익은 클래식 선율은 일상의 사운드트랙이 되었다. 예를 들어, 아리아나 그란데, 마룬파이브, 테일러 스위프트처럼 유명한 팝 가수들의 곡들이 바이올린과 첼로로 연주되자,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던 청중도 자연스럽게 클래식의 매력을 경험했다. 또한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들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을 통해 공연 실황을 스트리밍하며 ‘언제 어디서든’ 고품질의 클래식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게임에서도 클래식의 존재감이 드러난다. <파이널 판타지>, <젤다의 전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같은 게임들은 서사와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전적인 오케스트라 편곡을 도입했고, 이러한 음악은 게이머들에게 ‘웅장함’과 ‘몰입’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문명> 시리즈는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배경음악도 바로크에서 낭만주의, 현대 음악으로 진화하는 음악적 구성을 보여줬다. 클래식은 게임 속에서 하나의 ‘스토리텔링 도구’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클래식이 감상용 음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들고 감정선을 이끌어내는 장치임을 명확히 보여줬다.
클래식이 힙해진 건 음악 자체의 변화 때문이 아니다. 기술이 클래식의 진입 장벽을 낮추었고, 콘텐츠가 클래식을 일상 속으로 편입시켰으며, MZ세대는 클래식을 ‘개인의 취향’으로 다시 받아들였다. 클래식은 과거로부터 왔지만, 지금 이 시대의 감각 속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클래식은 이제 예술의 전당이나 클래식 방송에만 있는 음악이 아니다. 이어폰 속 감성 사운드트랙, 혹은 AI와 함께 작곡한 21세기형 교향곡으로, 오늘도 우리의 감정과 시간을 채우고 있다. 젊은 세대는 클래식에서 고급스러움이나 전통성만을 찾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정제하고,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거리를 두게 하는 내면의 치유제로 활용한다.
‘고전’은 힙하지 않다는 말은 이제 옛말. 클래식은 지금, 다시 힙하다.
참고 Radio Taiwan Intl (푸위심포니오케스트라, AI가 완성한 베토벤·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연주, 2025.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