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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CLASSIC OPINION

C L A S S I C   O P I N I O N



지휘자의 역할

 


백윤학Ⅰ영남대학교 기악과 교수, 지휘자


March · April  2025  vol.110
CLASSIC


C L A S S I C   O P I N I O N


지휘자의 역할 

백윤학Ⅰ영남대학교 기악과 교수, 지휘자 



“그럼 어떤 걸 하시는 거예요?” 통성명을 하고 지휘자라고 소개를 한 후 몇 마디 대화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받는 질문입니다. 지휘자가 하는 일이 뭔지 몰라서 물어보시는 게 아니겠지요?


쳐다보지도 않는 것 같은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앞에 두고, 아무나 할 수 있는 동작으로 허공에 팔을 흔드는 걸 직업이라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되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나 성악가는 받지 못하는 일종의 특수한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살짝 웃으며 답해드립니다. “글쎄요.” 


모든 지휘자가 얘기하듯이 지휘를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누구라도 반나절이면 기본적인 지휘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휘자가 되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복잡한 악보를 철저히 분석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노련한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납득시킬 만한 음악적 역량과 경험을 충분히 갖추어야 합니다. 단순히 하나 둘 셋 박자만 젓는 지휘가 아니라 한정된 시간 동안 몸짓과 표정으로 작품의 아름다움을 단원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성악가와 피아니스트 같은 연주자들은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평가받지만 지휘자는 첫 연습 때부터 오케스트라 내 수십 명의 베테랑(전문) 음악가들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습니다. 지휘자가 하는 일은 이처럼 겉보기와 다르게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역설적으로 가장 좋은 지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휘입니다. 지휘자의 음악적 해석이 아무리 뛰어나도 수십 년간 음악생활을 한 수십 명의 훌륭한 음악가들이 모여서 만드는 자연스러운 음악을 넘어서기 쉽지 않습니다. 내 지휘만 옳다며 자기의 음악을 강요하는 독선 앞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침묵을 지킵니다. 


중국의 성군인 요임금이 저잣거리에 나와 민심을 살피던 중 들은 노래라고 하지요.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네. 밭을 갈아먹고 우물을 파 마시니 내가 배부르고 즐거운데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인가!” 함포고복(含哺鼓腹), 임금님 눈치 보지 않고 자기 할 일 하며 행복하게 사는 백성을 보며 요임금은 무척 기뻐했다 합니다. 


훌륭한 지휘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시 웃으며 답해드립니다. “단원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훌륭한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그럼 어떤 걸 하시는 거예요?” 통성명을 하고 지휘자라고 소개를 한 후 몇 마디 대화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받는 질문입니다. 지휘자가 하는 일이 뭔지 몰라서 물어보시는 게 아니겠지요?


쳐다보지도 않는 것 같은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앞에 두고, 아무나 할 수 있는 동작으로 허공에 팔을 흔드는 걸 직업이라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되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나 성악가는 받지 못하는 일종의 특수한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살짝 웃으며 답해드립니다. “글쎄요.” 


모든 지휘자가 얘기하듯이 지휘를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누구라도 반나절이면 기본적인 지휘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휘자가 되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복잡한 악보를 철저히 분석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노련한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납득시킬 만한 음악적 역량과 경험을 충분히 갖추어야 합니다. 단순히 하나 둘 셋 박자만 젓는 지휘가 아니라 한정된 시간 동안 몸짓과 표정으로 작품의 아름다움을 단원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성악가와 피아니스트 같은 연주자들은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평가받지만 지휘자는 첫 연습 때부터 오케스트라 내 수십 명의 베테랑(전문) 음악가들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습니다. 지휘자가 하는 일은 이처럼 겉보기와 다르게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역설적으로 가장 좋은 지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휘입니다. 지휘자의 음악적 해석이 아무리 뛰어나도 수십 년간 음악생활을 한 수십 명의 훌륭한 음악가들이 모여서 만드는 자연스러운 음악을 넘어서기 쉽지 않습니다. 내 지휘만 옳다며 자기의 음악을 강요하는 독선 앞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침묵을 지킵니다. 


중국의 성군인 요임금이 저잣거리에 나와 민심을 살피던 중 들은 노래라고 하지요.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네. 밭을 갈아먹고 우물을 파 마시니 내가 배부르고 즐거운데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인가!” 함포고복(含哺鼓腹), 임금님 눈치 보지 않고 자기 할 일 하며 행복하게 사는 백성을 보며 요임금은 무척 기뻐했다 합니다. 


훌륭한 지휘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시 웃으며 답해드립니다. “단원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훌륭한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