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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O V I E   P L A Y


이사벨라 두크로트

언리미티드

 


newlooks




“행복한 삶은 60세부터 시작된다.” 이사벨라 두크로트가 한 말이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나이라면, 모니카 스탐브리니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사벨라 두크로트 언리미티드>는 그 질문을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영화다. 


두크로트가 작업을 시작한 건 55세였다. 정규 미술 교육은 없었다. 남편과 함께 인도, 티베트, 아프가니스탄, 중국, 터키를 오가며 수십 년에 걸쳐 모은 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고대 직물이 작업의 재료가 되었다. 천 조각들을 일본 감피지 위에 올리고 안료와 잉크를 더해가며 형태를 만든다. 때로는 눈을 감은 채 손이 움직이는 대로 선을 긋기도 한다. 모든 작업은 로마 팔라초 도리아 팜필리 꼭대기층의 작업실에서 이루어진다.


November · December  2025  vol.114
ISSUE & CULTURE


M O V I E  P L A Y


이사벨라 두크로트

언리미티드


newlooks


“행복한 삶은 60세부터 시작된다.” 이사벨라 두크로트가 한 말이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나이라면, 모니카 스탐브리니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사벨라 두크로트 언리미티드>는 그 질문을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영화다. 


두크로트가 작업을 시작한 건 55세였다. 정규 미술 교육은 없었다. 남편과 함께 인도, 티베트, 아프가니스탄, 중국, 터키를 오가며 수십 년에 걸쳐 모은 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고대 직물이 작업의 재료가 되었다. 천 조각들을 일본 감피지 위에 올리고 안료와 잉크를 더해가며 형태를 만든다. 때로는 눈을 감은 채 손이 움직이는 대로 선을 긋기도 한다. 모든 작업은 로마 팔라초 도리아 팜필리 꼭대기층의 작업실에서 이루어진다.

『이사벨라 두크로트 
언리미티드』

모니카 스탐브리니 / 이탈리아

출연  이사벨라 두크로트

개봉  2025.12.24.


영화는 2년 동안 두크로트의 일상과 전시 현장을 함께 기록한다.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 섹션, 디올 오뜨 꾸뛰르 쇼 무대 세트, 디종 르 콩소르시엄 미술관 개인전, 런던 사디 콜스 HQ와 뉴욕 페첼 갤러리. 이 활동들이 모두 그녀의 90대에 이루어졌다. 


카메라를 든 사람은 스탐브리니 감독 혼자였다. 촬영을 시작할 당시 그의 나이는 54세, 두크로트가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보다 한 살 어렸다. 그 때문인지 영화는 성공담보다 그 옆의 시간들에 더 오래 머문다. 최근 세상을 떠난 남편 비키와의 기억, 나이 든 몸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하루의 리듬. 카메라는 설명하려 하기보다 곁에 있는 쪽을 택한다. 


두크로트의 삶에는 오랫동안 멈춰 있던 시간이 있었다. 10대에 결핵 진단을 받고 8년을 병과 함께 보냈고, 이후 기혼 여성으로 살아야 했던 시기에는 자신의 작업을 시작할 수 없었다. 영화는 그 시간을 비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두크로트 본인이 그렇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잔혹한 방식이 나의 대학이었다”는 그녀의 말은 체념이 아니라 담담한 확인에 가깝다. 


국제적인 성공이 찾아왔을 때 두크로트의 반응은 기쁨보다 약간의 의아함에 가깝다. 마치 그 일이 자신의 작업과는 다른 영역에서 일어난 일처럼. 스탐브리니 감독은 그 태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행복한 삶은 60세부터 시작된다”는 두크로트의 말이 희망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한 말이기 때문이다. 


<이사벨라 두크로트 언리미티드>는 2024년 베니스 영화제 ‘베네치아 밤’ 섹션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늦은 시작이 한 사람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담담하게 기록한 영화다. 새해를 앞두고 새로운 무언가를 꿈꾸면서도 이미 늦은 것은 아닐까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두크로트의 55세를 한번 떠올려봐도 좋겠다.



『이사벨라 두크로트 언리미티드』

모니카 스탐브리니 / 이탈리아


출연 이사벨라 두크로트

개봉 2025.12.24.




영화는 2년 동안 두크로트의 일상과 전시 현장을 함께 기록한다.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 섹션, 디올 오뜨 꾸뛰르 쇼 무대 세트, 디종 르 콩소르시엄 미술관 개인전, 런던 사디 콜스 HQ와 뉴욕 페첼 갤러리. 이 활동들이 모두 그녀의 90대에 이루어졌다. 


카메라를 든 사람은 스탐브리니 감독 혼자였다. 촬영을 시작할 당시 그의 나이는 54세, 두크로트가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보다 한 살 어렸다. 그 때문인지 영화는 성공담보다 그 옆의 시간들에 더 오래 머문다. 최근 세상을 떠난 남편 비키와의 기억, 나이 든 몸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하루의 리듬. 카메라는 설명하려 하기보다 곁에 있는 쪽을 택한다. 


두크로트의 삶에는 오랫동안 멈춰 있던 시간이 있었다. 10대에 결핵 진단을 받고 8년을 병과 함께 보냈고, 이후 기혼 여성으로 살아야 했던 시기에는 자신의 작업을 시작할 수 없었다. 영화는 그 시간을 비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두크로트 본인이 그렇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잔혹한 방식이 나의 대학이었다”는 그녀의 말은 체념이 아니라 담담한 확인에 가깝다. 


국제적인 성공이 찾아왔을 때 두크로트의 반응은 기쁨보다 약간의 의아함에 가깝다. 마치 그 일이 자신의 작업과는 다른 영역에서 일어난 일처럼. 스탐브리니 감독은 그 태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행복한 삶은 60세부터 시작된다”는 두크로트의 말이 희망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한 말이기 때문이다. 


<이사벨라 두크로트 언리미티드>는 2024년 베니스 영화제 ‘베네치아 밤’ 섹션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늦은 시작이 한 사람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담담하게 기록한 영화다. 새해를 앞두고 새로운 무언가를 꿈꾸면서도 이미 늦은 것은 아닐까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두크로트의 55세를 한번 떠올려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