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e background
COVER STORY
SEONG MINJE
가장 낮은 소리의
고공비행


더 블 베 이 시 스 트

성 민 제



D O U B L E   B A S S I S T
S E O N G  M I N J E


글 · 인터뷰  newlooks


사진 제공 ClazzCompany(클라츠컴퍼니), bangsanghyeok


기본기가 유독 중요한 악기가 있다. 기본기가 부족하면 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운, 연주자보다 키가 더 큰 악기, 더블베이스다. 엄청난 저음으로 모든 악기의 소리를 받쳐주는 든든하고 안정적인 선율을 내뱉는다. 더블베이스의 저음처럼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 세계적 권위의 여러 콩쿠르를 석권하고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 심지어 노래까지 하는 ‘올라운더’ 베이시스트. 많은 학생을 키워 전 세계로 수출하고 싶다는 그는 여전히 열정이 가득한 소년 같았다. 본연의 소리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베이시스트 성민제를 만나봤다.

September · October 2024 vol.107
COVER STORY




 가장 낮은 소리의
고공비행

더 블 베 이 시 스 트
성 민 제


D O U B L E  B A S S I S T
S E O N G  M I N J E





글 · 인터뷰 newlooks

 사진 제공 ClazzCompany(클라츠컴퍼니), bangsanghyeok


기본기가 유독 중요한 악기가 있다. 기본기가 부족하면 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운, 연주자보다 키가 더 큰 악기, 더블베이스다. 엄청난 저음으로 모든 악기의 소리를 받쳐주는 든든하고 안정적인 선율을 내뱉는다. 더블베이스의 저음처럼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 세계적 권위의 여러 콩쿠르를 석권하고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 심지어 노래까지 하는 ‘올라운더’ 베이시스트. 많은 학생을 키워 전 세계로 수출하고 싶다는 그는 여전히 열정이 가득한 소년 같았다. 본연의 소리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베이시스트 성민제를 만나봤다.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래식 및 재즈 공연과 앨범 활동을 꾸준히 해 오시면서도 출강 및 후학 양성으로 바쁜 한 해를 보내셨을 것 같아요. 최근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는 성민제입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최근에는 공연도 많이 있었지만, 더블베이스를 좀 더 젊고 어린 친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교육을 통해 제자를 양성하여 베이스 인구를 늘리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Q. 더블베이시스트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슬하에서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접하셨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더블베이스를 연주하기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처음 연주하게 된 순간의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시다시피 악기 자체가 매우 큽니다. 요즘에는 더블베이스가 많이 알려져서 작은 크기의 악기가 많이 생산되지만, 25년 전 당시에는 작은 악기가 거의 없었어요. 초등학생인 저는 사다리 같은 무언가를 밟고 올라가서 연주하는 등 악기를 잡고 접근하는 것부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소리도 잘 나지 않고, 줄이 굵어 음정을 내기도 어려웠죠. 이렇게 더블베이스는 기본기가 특히 중요합니다. 어렸을 때 너무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현재 공부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어린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10대에 일찍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그 실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아 ‘젊은 거장’이라 불리셨습니다. 명성을 얻음과 동시에 어린 나이에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당시를 떠올리면 어떤 마음인지 궁금합니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면서부터 ‘사람들이 듣기에 내 연주가 이상하지는 않구나.’하는 생각에 자신감이 붙고 전문 연주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부담감도 항상 있었죠. 다만, 명성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악기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악기 자체가 제어하기 어려웠고, 그 부분이 가장 극복하고 싶었던 과제였습니다. 


Q. 2009년에는 연주자 선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독일의 세계적인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첫 앨범 ‘더블베이스의 비행(Flight Of The Double B)’을 발매하셨어요. 첫 앨범인 만큼 녹음이나 준비 과정 등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독일에서 6박 7일 일정으로 녹음실과 공연장을 오가며 오케스트라 반, 피아노 반주 반으로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더블베이스 독주 음반으로는 최초여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준비를 많이 하고 갔지만, 현장에서 프로듀서의 변경 사항과 지시 사항이 많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이 빨라야 했어요. 이렇게 큰 회사의 녹음 방식을 경험하는 것이 굉장히 신선했고, 제가 가진 음악으로 하루 종일 녹음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웠습니다.



Q.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선화예술중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 입학을 거쳐 독일 뮌헨 국립음악대학의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시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셨습니다. 독일 유학 당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친구들과 연습했던 것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국에서는 항상 부모님과 함께 해왔는데, 해외로 유학을 가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했죠. 자연스럽게 부모님이 아닌 친구들과 연습을 하게 되었고, 독일 유학 시절은 자기 주도적으로 연습하고 생활하며 음악 외적인 삶의 여러 부분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Q. 20여 년째 더블베이스와 함께하고 있으십니다. 처음 활을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곡을 연주하셨을 텐데요. ‘이 곡만큼은 정말 푹 빠져서 연습했다’고 생각하는 곡이 있나요?

동요를 연습한다고 해도 푹 빠져서 하지 않으면 집중할 수 없고 그만큼 실력도 늘지 않아요. 그래서 특별히 열심히 연습한 곡을 고르긴 어렵고, 모든 곡에 애착을 가지고 연습했습니다. 연습량과는 무관하게 보테시니(Giovanni Bottesini, 1821~1889)의 곡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보테시니가 더블베이스 솔로 위주로 작곡한 ‘라 손남불라 환상곡(Fantasy on “La sonnambula”)’이라는 오페라 변주곡이 있는데, 유쾌하고 재미있는 곡이어서 이번 공연 때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Q.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재즈 음악 활동도 꾸준히 해오셨어요. 악보대로 정확히 연주하는 클래식 연주자가 재즈를 처음 접할 때 몹시 낯설게 느낀다고 들었습니다. 정통 클래식의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재즈 영역에서 연주하실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악보와 해석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재즈는 코드 위주의 악보이기 때문에 그만큼 즉흥적인 연주가 가미되어야 하죠. 반면에 클래식은 기존의 작곡가들이 악상 기호로 섬세하게 표현한 것을 연주자가 해석하여 연주합니다. 재즈가 창작물이라면 클래식은 고유의 일련번호가 있는 경우라서, 완전히 정반대의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만나는 재즈곡을 대할 땐 항상 어색한 것 같아요. 단지 연습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고 어떻게 소화하는지가 관건입니다. 주로 재즈 앙상블이나 오케스트라 내에서 연주를 하는데, 여러 연주자의 스타일이 제각각이라 정말 재미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청음과 상호 존중이 중요하죠. 청음이 중요한 것은 비단 재즈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고 모든 음악에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대중 또한 듣는 귀가 좋아진다면 들리는 음악 또한 훨씬 풍부해질 거예요. 


Q. 아카데미와 여러 학교에서 강의하시며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계십니다. 학생들과 함께하며 성민제 님의 학창 시절이 겹쳐 보이거나 달라진 점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을 보며 느끼는 한국 클래식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요즘에는 아이들을 위한 매니지먼트도 많이 있고, 무대에 설 수 있는 시스템이 다양해져서 어릴 때 시작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많이 생겼어요. 앞으로도 어릴 때부터 음악을 시작해서 세계적인 음악가가 될 수 있는 커리큘럼이 더욱 한국 문화에 정착되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친구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제가 하는 더블베이스계에서는 ‘제2의 성민제’를 만드는 것이 개인적인 비전이자 목표이기도 합니다. 


Q. 몰토콰르텟, KONTRAS2(콘트라스투) 등 클래식과 재즈 연주자가 함께 그룹을 결성해 공연하는 모습이 독특해 보입니다.?

다양한 장르를 융합해 보고 싶은 마음도 크고, 더블베이스라는 악기 자체가 개인, 소수를 위한 악기이기 때문에 많은 시도를 하는 중입니다. 



Q. 작년 5월에는 ‘너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라는 싱글앨범으로 가수로서도 데뷔하셨습니다. 더블베이스 연주는 물론 작사에도 직접 참여하셨죠. 노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앞으로 또 앨범 발매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악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음악인 가족이다 보니 음악과 항상 함께해서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게 되었죠. 어떤 좋은 기회가 생겨 발라드 앨범을 내게 됐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노래 앨범을 낼 생각이에요. 조만간 앨범 작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Q. 많은 더블베이시스트 연주자 중 어떤 인물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첼리스트 요요 마(Yo-Yo Ma)라든지, 더블베이스 거장 게리 카(Gary Karr) 등의 앨범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선구자와 같은 분들의 캐릭터를 어린 시절부터 많이 보고 배웠죠. 그런 분들이 솔로 연주하는 부분을 많이 연구했고, 다양한 시도도 그들의 영향을 받아서 했던 것 같아요.


Q. 클래식, 재즈, 노래, 콘텐츠, 공연 기획 및 아카데미 운영 등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도전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인간 성민제’는 어떤 사람인가요?

자아를 찾아가고 있는 단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모님의 권유로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면서 외부적인 요인에 몰려서 무대에 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적인 것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부터 시작해서 지금도 자아를 찾기 위해 많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Q. 9월 12일, 수성아트피아에서 『마티네콘서트』 공연을 앞두고 있으십니다. 관람객들이 더욱 즐길 수 있도록 이번 공연에서 특히 집중할 만한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세월이 지날수록 무대에 섰을 때 베이스의 ‘소리’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블베이스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그 악기만을 위한 곡이 많거나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곡이 많은 악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베이스 고유의 소리를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번 무대를 통해 베이스 본연의 저음에 매력을 느끼고, 그 느낌을 공유하며 공연을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로서 현재 가장 무게를 싣고 있는 부분과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의 목표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한국의 베이시스트를 수출하는 것입니다. 일단 한국에서 재능 있는 아이들을 교육하여, 해외의 좋은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는 대학이나 아카데미, 좋은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 목표일 것 같습니다. 재능 있는 친구들이 한국에 정말 많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베이스를 제대로 접해서 함께 성장해 세계 각국으로 진출하는 것을 꿈꾸고 있고, 저 개인적으로도 포지션이 명확하게 있는 베이스계의 아이콘이 되길 바랍니다.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의 자신감은 탄탄한 기초에서 나오는 듯하다.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본연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무너지지 않는 토대로 제자들의 발판이 되어주려는 그는, 가장 낮은 소리로 가장 넓게 퍼지는 소리를 꿈꾸고 있다. 더블베이스라는 무겁고 큰길을 택한 ‘제2, 제3의 성민제’가, 그의 첫 앨범 제목처럼 전 세계를 누비며 비행하길 기대한다.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래식 및 재즈 공연과 앨범 활동을 꾸준히 해 오시면서도 출강 및 후학 양성으로 바쁜 한 해를 보내셨을 것 같아요. 최근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는 성민제입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최근에는 공연도 많이 있었지만, 더블베이스를 좀 더 젊고 어린 친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교육을 통해 제자를 양성하여 베이스 인구를 늘리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Q. 더블베이시스트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슬하에서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접하셨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더블베이스를 연주하기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처음 연주하게 된 순간의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시다시피 악기 자체가 매우 큽니다. 요즘에는 더블베이스가 많이 알려져서 작은 크기의 악기가 많이 생산되지만, 25년 전 당시에는 작은 악기가 거의 없었어요. 초등학생인 저는 사다리 같은 무언가를 밟고 올라가서 연주하는 등 악기를 잡고 접근하는 것부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소리도 잘 나지 않고, 줄이 굵어 음정을 내기도 어려웠죠. 이렇게 더블베이스는 기본기가 특히 중요합니다. 어렸을 때 너무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현재 공부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어린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10대에 일찍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그 실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아 ‘젊은 거장’이라 불리셨습니다. 명성을 얻음과 동시에 어린 나이에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당시를 떠올리면 어떤 마음인지 궁금합니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면서부터 ‘사람들이 듣기에 내 연주가 이상하지는 않구나.’하는 생각에 자신감이 붙고 전문 연주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부담감도 항상 있었죠. 다만, 명성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악기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악기 자체가 제어하기 어려웠고, 그 부분이 가장 극복하고 싶었던 과제였습니다.


Q. 2009년에는 연주자 선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독일의 세계적인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첫 앨범 ‘더블베이스의 비행(Flight Of The Double B)’을 발매하셨어요. 첫 앨범인 만큼 녹음이나 준비 과정 등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독일에서 6박 7일 일정으로 녹음실과 공연장을 오가며 오케스트라 반, 피아노 반주 반으로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더블베이스 독주 음반으로는 최초여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준비를 많이 하고 갔지만, 현장에서 프로듀서의 변경 사항과 지시 사항이 많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이 빨라야 했어요. 이렇게 큰 회사의 녹음 방식을 경험하는 것이 굉장히 신선했고, 제가 가진 음악으로 하루 종일 녹음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웠습니다.


Q.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선화예술중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 입학을 거쳐 독일 뮌헨 국립음악대학의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시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셨습니다. 독일 유학 당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친구들과 연습했던 것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국에서는 항상 부모님과 함께 해왔는데, 해외로 유학을 가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했죠. 자연스럽게 부모님이 아닌 친구들과 연습을 하게 되었고, 독일 유학 시절은 자기 주도적으로 연습하고 생활하며 음악 외적인 삶의 여러 부분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Q. 20여 년째 더블베이스와 함께하고 있으십니다. 처음 활을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곡을 연주하셨을 텐데요. ‘이 곡만큼은 정말 푹 빠져서 연습했다’고 생각하는 곡이 있나요? 

동요를 연습한다고 해도 푹 빠져서 하지 않으면 집중할 수 없고 그만큼 실력도 늘지 않아요. 그래서 특별히 열심히 연습한 곡을 고르긴 어렵고, 모든 곡에 애착을 가지고 연습했습니다. 연습량과는 무관하게 보테시니(Giovanni Bottesini, 1821~1889)의 곡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보테시니가 더블베이스 솔로 위주로 작곡한 ‘라 손남불라 환상곡(Fantasy on “La sonnambula”)’이라는 오페라 변주곡이 있는데, 유쾌하고 재미있는 곡이어서 이번 공연 때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Q.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재즈 음악 활동도 꾸준히 해오셨어요. 악보대로 정확히 연주하는 클래식 연주자가 재즈를 처음 접할 때 몹시 낯설게 느낀다고 들었습니다. 정통 클래식의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재즈 영역에서 연주하실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악보와 해석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재즈는 코드 위주의 악보이기 때문에 그만큼 즉흥적인 연주가 가미되어야 하죠. 반면에 클래식은 기존의 작곡가들이 악상 기호로 섬세하게 표현한 것을 연주자가 해석하여 연주합니다. 재즈가 창작물이라면 클래식은 고유의 일련번호가 있는 경우라서, 완전히 정반대의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만나는 재즈곡을 대할 땐 항상 어색한 것 같아요. 단지 연습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고 어떻게 소화하는지가 관건입니다. 주로 재즈 앙상블이나 오케스트라 내에서 연주를 하는데, 여러 연주자의 스타일이 제각각이라 정말 재미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청음과 상호 존중이 중요하죠. 청음이 중요한 것은 비단 재즈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고 모든 음악에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대중 또한 듣는 귀가 좋아진다면 들리는 음악 또한 훨씬 풍부해질 거예요.


Q. 아카데미와 여러 학교에서 강의하시며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계십니다. 학생들과 함께하며 성민제 님의 학창 시절이 겹쳐 보이거나 달라진 점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을 보며 느끼는 한국 클래식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요즘에는 아이들을 위한 매니지먼트도 많이 있고, 무대에 설 수 있는 시스템이 다양해져서 어릴 때 시작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많이 생겼어요. 앞으로도 어릴 때부터 음악을 시작해서 세계적인 음악가가 될 수 있는 커리큘럼이 더욱 한국 문화에 정착되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친구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제가 하는 더블베이스계에서는 ‘제2의 성민제’를 만드는 것이 개인적인 비전이자 목표이기도 합니다. 


Q. 몰토콰르텟, KONTRAS2(콘트라스투) 등 클래식과 재즈 연주자가 함께 그룹을 결성해 공연하는 모습이 독특해 보입니다.

다양한 장르를 융합해 보고 싶은 마음도 크고, 더블베이스라는 악기 자체가 개인, 소수를 위한 악기이기 때문에 많은 시도를 하는 중입니다.


Q. 작년 5월에는 ‘너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라는 싱글앨범으로 가수로서도 데뷔하셨습니다. 더블베이스 연주는 물론 작사에도 직접 참여하셨죠. 노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앞으로 또 앨범 발매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악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음악인 가족이다 보니 음악과 항상 함께해서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게 되었죠. 어떤 좋은 기회가 생겨 발라드 앨범을 내게 됐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노래 앨범을 낼 생각이에요. 조만간 앨범 작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Q. 많은 더블베이시스트 연주자 중 어떤 인물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첼리스트 요요 마(Yo-Yo Ma)라든지, 더블베이스 거장 게리 카(Gary Karr) 등의 앨범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선구자와 같은 분들의 캐릭터를 어린 시절부터 많이 보고 배웠죠. 그런 분들이 솔로 연주하는 부분을 많이 연구했고, 다양한 시도도 그들의 영향을 받아서 했던 것 같아요. 


Q. 클래식, 재즈, 노래, 콘텐츠, 공연 기획 및 아카데미 운영 등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도전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인간 성민제’는 어떤 사람인가요?

자아를 찾아가고 있는 단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모님의 권유로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면서 외부적인 요인에 몰려서 무대에 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적인 것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부터 시작해서 지금도 자아를 찾기 위해 많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9월 12일, 수성아트피아에서 『마티네콘서트』 공연을 앞두고 있으십니다. 관람객들이 더욱 즐길 수 있도록 이번 공연에서 특히 집중할 만한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세월이 지날수록 무대에 섰을 때 베이스의 ‘소리’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블베이스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그 악기만을 위한 곡이 많거나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곡이 많은 악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베이스 고유의 소리를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번 무대를 통해 베이스 본연의 저음에 매력을 느끼고, 그 느낌을 공유하며 공연을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로서 현재 가장 무게를 싣고 있는 부분과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의 목표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한국의 베이시스트를 수출하는 것입니다. 일단 한국에서 재능 있는 아이들을 교육하여, 해외의 좋은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는 대학이나 아카데미, 좋은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 목표일 것 같습니다. 재능 있는 친구들이 한국에 정말 많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베이스를 제대로 접해서 함께 성장해 세계 각국으로 진출하는 것을 꿈꾸고 있고, 저 개인적으로도 포지션이 명확하게 있는 베이스계의 아이콘이 되길 바랍니다.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의 자신감은 탄탄한 기초에서 나오는 듯하다.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본연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무너지지 않는 토대로 제자들의 발판이 되어주려는 그는, 가장 낮은 소리로 가장 넓게 퍼지는 소리를 꿈꾸고 있다. 더블베이스라는 무겁고 큰길을 택한 ‘제2, 제3의 성민제’가, 그의 첫 앨범 제목처럼 전 세계를 누비며 비행하길 기대한다.